[독후감] 조지 오웰 '동물 농장'
조지 오웰 '동물 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1판 133쇄 펴냄 2023년 12월 4일
오랜만에 다시 한번 읽어볼까? 라는 마음으로 책을 폈다. 어라? 의외로 처음읽은 책이었다. 내용을 조금 알고 있어서 당연히 한번 쯤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돼지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내용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사실, 돼지가 반란을 일으켰는지, 돼지에게 반란을 일으켰는지 조차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정말 오랜만에 재밌게 책을 읽어본 것 같다.
친절하게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각 등장인물이 누구를 풍자하는지 잘 설명되어 있었으나, 나는 순서대로 읽다보니 나중에 발견했다. 각 등장인물에 대입하여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그 시대가 정말 잘 묘사가 된 것 같았다. 그 시대를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냉전시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어느정도 이해 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양들이 목청껏 구율을 위치는 것을 보면 80년대 계몽가요를 보는 듯 했다. 나폴레옹의 개들을 생각해보면 영화에서는 비밀경찰이 주동자를 잡는 소재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이 책에서 풍자하는 시대적 배경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부터 스탈린 시대까지의 배경이지만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듯 하다. 선의 혹은 악의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 권력의 편에 서기 위해 과잉 충성하는 자, 불합리하지만 불평은 하지 않는자 등등 혁명이라는 거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조직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행태는 나타나는 것 같다.
나의 경험을 돌아보자면,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를 퇴직한 이유 중 하나가 조직생활에서의 적응이었다. 오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던 임원, 그 조직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기를 바라는 팀장,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불만을 갖는 것은 불경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료 직원들과 일한만큼 제때 월급을 잘 받는 것에 만족하고 그 외의 일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나와는 어울리기 힘들었었다.
또한, 작가는 통제된 정보와 조작된 사실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오웰은 정보통제 상황을 두려워 했지만, 헉슬리는 정보의 과잉으로 인한 혼란을 두려워 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통신과 매체가 발달한 요즈음은 정보의 통제가 힘들것 같다. 사건 사고가, 심지어는 전쟁 중 벌어진 전투 소식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언론보다 더 먼저 우리에게 전달된다. 오히려 정보의 과잉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헉슬리의 생각과 같이 수동적이 되어가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사람들은 어느 한쪽만 보고자하는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건전한 토론보다는 반대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 이원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 더불어 나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어가는 것 같다.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이 드는 단편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라고, 답답해하고, 통쾌했다가도 슬픈 생각도 든다. 인간 세상에서의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행복한 유토피아는 어쩌면 우리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나는 스노볼이나 닭들처럼 희생당하고 싶지도, 나폴레옹같은 독재자가 되고 싶지도, 스퀼러 같은 선동의 도구가 되고 싶지도, 복서같이 묵묵하게 일만 싶지도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 주변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늘 관찰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박대기 기자님께서 소셜 미디어에 남기신 글이 생각난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5공시절 어머니는 알파벳을 가르쳐 주면서 국내 언론은 다 거짓말이니까 진실을 알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