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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민음사
The Old Man and the Sea
(비록 일년에 두서너권 정도의 책을 읽지만)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하는 것이 어느 순간 형식적인 행동이 된 것 같아 그만두려고 했다. 자신의 생각을 포스팅 한다는 것이 혹시 나의 짧은 식견이 드러나는게 아닐까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특히 얼마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는 너무 유명하고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어서 '이걸 이제?'라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독서와 읽은 내용을 정리하는 습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일들이 많았다. 나는 프리랜서라서 매번 다른 곳에서 다른 분들과 같이 일하는데, 날이갈수록 같이 일하는 분들이 회의를 하고 회의내용을 정리하는데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말이 길어지면 원래 하려던 말과 다른 끝맺음을 하는 경우도 많고, 몇가지 주제를 논의하면 한두가지 주제는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은것 같다.
형식적이고 의무적으로라도 글을 읽고 정리를 하면서 한해 한해 지나며 퇴보되는 나의 능력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제목도 '노인과 바다'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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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란 무엇인가 느끼게 해준 작품이 '야간비행'이었다. 우편 비행기를 몰며, 낮과 밤의 모습, 궂은날과 맑은날의 보이는 모습을 글로 읽으며 마치 내가 조종사 뒷자리에 앉아 같이 둘러보는 느낌을 받았었다. '노인과 바다' 또한 묘사가 무엇인지 잘 느끼게 해주는 작품인것 같다. 망망대해에서의 모습, 소리, 주변의 움직이는 것들, 노인의 모습과 행동이 마치 영상을 보듯이 느껴졌다.
쌀쌀한 가을에 읽는 카리브해의 더위는 매력적이었다. 출항준비를 하는 새벽 어선의 분주함과 잔잔한 바다의 한가로움,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무렵의 풍경들.
바닷가에 살아보지도 않았고 낚시도 해본 적이 없어, 처음부터 그런 풍경과 느낌을 상상할 수는 없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책을 조금 읽고 며칠 낚시게임을 해보았는데, 낚싯줄을 감았다 풀었다 해야 줄이 끊어지지 않고 물고기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것을 게임을 통해 알게되었다. 그러고 다시 책을 들었다.
게임을 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정어리와 노인의 팽팽하고 양보없는 싸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치열한 싸움이 끝나가는데 책은 아직도 절반이나 남아있었다. '아! 이 싸움은 끝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나도 모르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래! 그럼, 그렇지. 역시. 최고야!'라고 생각하며 '그런데 왜 아직 페이지가 많이 남았지?'라고 생각을 한참이나 하고 다시 책을 들었다. 정말 맨 뒷장을 한번 펴보고 싶은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차! 우리는 모두 그걸 알고 있었지!' 그렇다. 우리는 어쩌면 정어리와의 싸움이 반나절을 넘겼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끝을 알고 있지만 그럴수밖에 없는 일들을 한두가지는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기더라도 가질 수는 없지만 지금 그만두면 아무것 아닌게 되어버리는 그런 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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